쥬니의 주식투자 이야기: Prologue 1_종자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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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자돈이다. 오늘 이야기는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 집에 종자돈이 모여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날의 이야기다.

쉬는 날 카페 데이트

여느 때와 같이 아내와 나는 카페로 향했다. 쉬는 날이면 함께 카페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간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늘 하던 대로 카페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이야기는 보통 아내가 먼저 시작한다. 아니 평소에는 카페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내는 그냥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아내는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우리는 할 말이 있어서 카페에 가는 사람들은 아니다. 할 말은 그냥 집에서 하면 되니까.

얼굴에 살짝 고민하는 기색이 스치더니 갑자기 우리가 그동안 얼마를 모았을까 맞춰보라고 한다. 그 때 까지 나는 돈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물으니 순간 기대가 되었다. ‘아, 생각보다 많이 모았구나’ 그래서 일부러 적은 금액으로 대답했다. 혹시 내가 너무 많이 부르면 아내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음… 한 이천 정도? 와 자기 만약에 이천만 원 모았으면 정말 대단한 거다! 우리 형편에 어떻게 그렇게 모아? … 근데 내가 너무 많이 불렀나?” 이렇게 말하며 아내의 기색을 살폈다.

주식투자 이야기: 맞춰봐

아내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 더 많구나!’ 아내는 주섬주섬 종이와 연필을 테이블에 꺼내 놓았다. 그러더니 종이에 숫자를 적어갔다. 숫자를 적으면서 말을 하는데 총액은 말하지 않고 처제가 처음에 이러이러하게 도움을 줘서 돈을 모을 수 있었다면서 농협에 얼마, 새마을 금고에 얼마, 국민은행에 얼마가 있다고 했다. 많아봐야 4천 정도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림 잡아 그 두 배는 되어 보였다. ‘5천 이상이라 은행에 원금 보전이 안 되어서 나에게 이야기하나?’ 이런 생각이 스쳤다. 8천이면 비과세 혜택도 못 받는 금액이었다.

종자돈=아내의 생명값

아내로부터 시험 문제지를 받은 기분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제를 풀어 나갔다. “와! 자기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모았어?” “뭐 내 생명 값이지.” 정말이다. 아내는 스트레스로 여러 번 부정출혈을 하면서도 열심히 직장에 다녔었다. 직장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던지 매일 저녁마다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 이야기를 했다. 나는 들으면서 항상 아내 편을 들었다. “아, 정말 너무하네! 너무 힘들면 그만 둬도 돼! 자기야.”

그 때처럼 어떻게 하면 아내 편을 들면서 안정감을 잃지 않고 돈 관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거 8천 이면 원금 보증 한도가 넘네? 그러면 내가 계좌 만들어서 내 이름으로 반만 넣어 놓을까?” 문제를 잘 푼 것 같았다. 아내는 그러면 새마을금고가 이자를 좀 더 쳐주니까 새마을금고에 1년 거치 예금을 만들어서 반 씩 넣어 놓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4천 만원 씩 각자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1년 거치 예금을 넣어 놓았다. 그게 2019년 3월 말의 일이다.

주식투자 이야기: 딱 1년 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코스피 저점

참고로 우리는 딱 1년 후 2020년 3월 19일에 전재산 8천 만원을 찾았다. 그 때 바로 주식을 다 샀어야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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